산등성이 팔순 후반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하신다. 발단이야 어찌됐던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 입으신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수 없다. 죄없는 방문만 쾅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에 매달려 나가시더라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고 달랜다. 대문을 밀치고 걸어 나가시는 칠흑의 어둠 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마을의 한밤, 아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서겠다고 큰 소리신다. 나는 싸늘히 등 돌리고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니... 그냥 둬라, 내 열일곱살에 시집와서 팔십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 치고는 저기 저 산등성이 넘는 것을 못 보았다. 어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