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
젊은 여인이 부끄럼도 없이
젖가슴을 드러내고 있고
거의 벗다시피 한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빨고 있습니다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가 그렸고 지금은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국립미술관 입구에 걸려있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목은(cimon and pero)
키몬 과 페로 입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다가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개 당황스러워합니다.
딸 같은 여자(페로)와
놀아나는 노인(키몬)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을 그린 작품이라면서
불쾌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포르노 같은
그림이 국립미술관의
벽면을 장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미술관에
그러나 그 나라 국민들은
이 그림 앞에서 숙연해집니다.
눈물을 보이기도 합니다.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는
저 여인은 노인의 딸입니다.
검은 수의를 입은 노인은
젊은 여인의 아버지입니다.
그림의 주인인 키몬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애국자입니다.
노인이지만
국가에 대한 사랑으로 의미 있는
운동에 참여했다가
국왕의 노여움을 사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국왕은 그를 교수형에 명하고
교수될 때까지 아무런 음식도
갖다주지 않은 형벌을 내렸습니다.
'음식물 투입금지'
노인은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어갔습니다.
아버지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은 딸은 해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무거운 몸으로
감옥으로 갔습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아버지를 본 순간
물 한 모금도 못먹고
눈은 퀭한 모습에 힘 없이
쓰러져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눈에 핏발이 섰습니다.
굶어 돌아가시는 아버지 앞에서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여인은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불은 젖을
아버지 입에 물렸습니다.
이 노인과 여인의 그림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작품입니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놓고
어떤 사람은 '포르노'라고
비하하기도 하고,
'성화'라고 격찬하기도 합니다.
'노인과 여인'에 깃든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지 않지만
그러나 그림 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감상합니다.
사람들은 가끔
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남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실을 알면
시각이 확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과 진실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닙니다.
남에게 속는 것보다
더 힘들고 무서운 것은
자신의 무지에 속는 것입니다.
자신의 눈에 속지 말고
귀에 속지 말며
생각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문득 이 그림이 주는 교훈이
오늘따라 가슴을 후비며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해봅니다.
지식ㆍ학식도 사람 사는 이치도
사리 판단도 예의범절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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