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육하원칙
하나, 언제 산으로 가나 (When)
봄철이 좋다.
가을은 더 좋다.
여름도 괜찮다.
겨울은 가슴이 시리도록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은
두 말 없이 더욱 좋다.
많이 괴로울 때 가라.
기쁠 때나 외로울 때도
산으로 가라.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도
산으로 가라.
폭설이 내리는 날,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
천둥 번개가 무섭게 치는 날도
산으로 가라.
달빛이 아주 고요하게 밝은 밤,
미쳤다고 생각되는 날도
산으로 가라.
둘, 어느 산을 갈 것인가 (Where)
가까운 산을 몇 번 가본 후에
먼 산으로 달려가라.
낮은 산을 먼저 오른 다음
높은 산에 올라라.
명산과 아름다운 산은
자꾸만 가라.
셋, 누구하고 갈 것인가 (Who)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으면 적어서 더 좋다.
서넛이면 여러가지로 좋고,
둘이면 서로 손잡기에 좋고,
혼자라면 내 마음대로라 더욱 좋다.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나비 등을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아주 좋다.
넷, 산에서 무엇을 하나 (What)
기진할 때까지 걷다가 쓰러져라.
두려움조차 모두 내 것으로 껴안아라.
새소리도 흉내 내 보고.
커다란 나뭇잎에 편지라도 적어보라.
향기에 취해서
야생화를 뺨에도 비벼보라.
도토리 한알 주머니에 넣어와
친구에게 선물해보라.
산정에서는 고요함 보다 침묵이,
침묵보다 명상이 훨씬 좋다.
다섯, 어떻게 가면 좋은가 (How)
몸에 많이 걸치지 말고 가볍게 가라.
허위와 영악함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려주는 옷과 넥타이, 모자와 양말,
그리고 탐욕까지 벗고 가라.
그렇게 하면 솔바람에
마음을 정갈히 빗질할 수 있고
맑은 계곡물에 더러움과 추악함을
헹구기가 아주 쉽다.
여섯, 왜 산에 가는가 (Why)
산이 있기에 간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존재론으로,
더 곤란하면 운명론으로 돌려라.
더더욱 곤경에 처하면 되물어라.
"그러면 당신은 왜 산에 안 가는가?" 라고.
조지 말로리(1886~1924)이는
"왜 산에 오르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산을 오른다
(Because it is there)"라는
명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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