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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인의 기도

리마즈로 2019. 2. 10. 13:35




어느 노숙인의 기도 어느 노숙인의 기도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어느 노숙인의 기도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우연히 만날까 조바심하며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어느 노숙인의 기도...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오십 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아무도 없는 공원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춘다. 어느 노숙인의 기도 소주를 벗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 데나 눕힌다. 차라리 비겁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 눈물을 찍어내는 아내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한다. 어느 노숙인의 기도...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다시 올 그 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 어느 노숙인의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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