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 수필

그럴 수 없다

리마즈로 2017. 4. 7. 18:04


그럴 수 없다 / 류시화 

그러나.. 나는 그럴수 없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물은 내게 무(無)가 되라 한다. 
허공을 올려다보면 
허공은 또 내게 무심(無心)이 되라 한다. 
허공을 나는 새는 
그저 자취없음이 되라 한다. 
그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무(無)가 될 수 없다. 
무심(無心)이 될 수 없다. 
어느 곳을 가나 내 흔적은 남고. 
그럴수 없다...
그는 내게 피 없는 심장이 되라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는 도둑처럼 밤중에 이슬을 밟고 와서 
나더러 옷을 벗으라 하고 
내 머리를 바치라 한다. 
나더러 나를 버리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럴수없다
그는 내게 물이 되라 하나 
나는 불로서 타오르려 한다. 
그는 내게 미소가 되라 하지만 
그러나 아직 내 안에 큰 울음이 넘쳐난다.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라 하나 
나는 그럴 수 없다 한다.
그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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