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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 그름의 차이

리마즈로 2020. 8. 16. 17:36


옳고 그름의 차이

 (법정 스님의 글)

 

다툼과 갈등은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이 다른 것뿐인데도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악’으로 여기곤 합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

그저 방법이 다른 것뿐인데 말입니다.

연인들도 그렇고, 부부도 그렇고,

직장에서도 그렇고, 정치의 세계에서도

그런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툼이 깊어지는 동안

집안에서는 아이들이,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배를 곯게 됩니다.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아니라 ​

그저 다르다고 여겨야 전체가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철학자들은

‘경계에 서라!’ 라고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경계에 서야 비로소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한 쪽만의 시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선’이라고 착각하게 돼

결국은 경계선 밖의 모든 존재들을

모두 ‘악’으로 여기게 됩니다.

 

이쪽 저쪽이 모두 상대를 ‘악’으로 여기니, ​

결국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악한 사람이 돼 버리고 맙니다.

「마음을 가꾸어주는 작은 이야기」 라는

책에 어느 스님의 지혜가 실려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한 스님이 도를 깨우치겠다며 이곳 저곳을

다니던 중 하루는 낯선 절에 머물렀습니다. ' ​

​옷차림은 남루해서

마치 거지처럼 보였습니다.

절의 주지스님은 그의 남루한 행색을

보더니 찬밥 한 덩어리를 던져주고는

불기도 없는 냉방으로 안내했습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한쪽 구석에 나무로 만든

불상 여러 개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스님은 불상들로 불을 지펴

따뜻하게 잠을 자고는

다음 날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이를 안 주지스님은 화가 나서

스님을 쫓아가 불러 세우고는

따졌습니다.

 

"당신, 정말 스님이 맞소?

어찌 섬겨야 할 목불을 모두 땠소?"

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여래를 화장하면

사리가 나온다기에 불을 땠는데, ​

사리가 나오지 않더이다"

라고 답했습니다.

 

"아니, 지금 장난치시오?

어찌 목불에서 사리가 나온단 말이오? "

그제야 스님은 주지 스님의

정신이 번뜩 들게 할 지혜를 건넸습니다.

"사람을 섬길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부처님을 섬긴단 말이오.

이보시오, 주지스님,

​사람이 바로 살아 있는 부처입니다."

 

사람을 섬기는 것이 본질일 텐데,

불상을 섬기는 것이 마치

본질인 것처럼 착각하는 스님에게

스님이 불호령을 내린 겁니다.

 

 

 

이 글을 쓰면서 사파리에서

사자로 태어난 ‘나’를 상상해봅니다.

 

어느 날 ‘나’는 그곳에서 왕이 됩니다.

모든 동물들이 나를 보면 머리를 숙입니다.

가는 곳마다 먹을 것도 풍성합니다. ​

 

그래서 아무런 걱정없이 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나의 것이니까요. ​

나날이 최고의 자유를 만끽하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나는 산을 넘어가 보았습니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는 게 아닌가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아, 그동안 나는 갇혀 있었구나!’

그렇습니다.

철조망이라는 경계선에 이르러야

비로소 ​이제껏 갇혀 살던

나를 볼 수 있습니다.

 

조망 안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안락합니다.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철조망 밖에도 존재합니다. ​

그곳이 비록 거칠지라도

 

 

그곳이 비록 위험할지라도 어쩌면

그곳에는 굵은 땀방울을 흘릴 만한

넓은 땅이 있고,

​그곳에 새로운 길을 낼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제 가슴을 후벼댑니다.

"노예가 노예로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 놀랍게도

자기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

 

어느 쪽 쇠사슬이 더 빛나는지를! ​

어느 쪽 쇠사슬이 더 무거운지를!"

이제는 둘로 나뉘어 자신은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고 여기는 생각의

쇠사슬에서 풀려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때 ‘악’은

또 다른 ‘선’으로 보일 겁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제때 밥을 먹게 되고

국민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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