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내민 금반지 보관증
결혼을 해서 살면서
어렵던 시절
뭐 결혼 기념일 같은 날
생각이라도 할수가 없이
쪼들린 삶속에도 아내는
꼭 결혼 기념일 날이면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여보 오늘이 결혼
기념일인데"
"알았어 잠이 와 죽겠어"
"잠 자고 이야기 해"
야근을 하고 들어온 날
이런식으로
결혼 기념일 생일 기념일
같은 날을 넘겼다.
그런데 며칠전 아내 생일날
이제는 아이들이 챙겨주고
사는게 여유가 있으니
가족 기념일을 꼭 챙기지만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말로 만 따지고
넘어간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생일 날 아침
아내는 헌 봉투 꾸러미를
아이들 앞에
보라고 내 놓는다.
옛날 젊었을적에
기념일 마다
얼렁 뚱땅 넘길때
써준 '금반지 약속 증'
그중 하나를
작은 아들이 읽는다.
'오늘 김 0순 생일날 몫으로
금반지 한돈을 해주기로 함.
1975년 10월20일 이 아무개'
이런식의
금반지 난발 문서가
무려 30장이 넘는다
읽고 난 막내 아들이
하는 말이
"아버지 어떡 할거요.
이거 현금 입니다.
아버지 싸인 꽉 있고
문서상 확실하니
변상의 의무가
충분 하다."고 다구 친다.
할 말이 없어 씩 웃으며
하는 내 말이
"빚도 상속 되는 거다
내가 못 갚으면
아들들 너희들이 갚아라."
그래서 식구들 모두
한바탕 웃고 말 았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
일에 쫏겨
잠자는게 소원이던 시절
그 때 난발한 금반지의 빚
당장에 갚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보 그 시절
우리 무척 고생 했던 시절
기억 하지요.
아내에게 나는
이렇게 말을 하고 삽니다.
오천년 우리 역사중에
지금 우리가 제일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된 다고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있는 아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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