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우리 마음이 순결하다면
얼마만큼
깨끗할 수 있을까요
우리 생각이 의롭다면
얼마나 높이
의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추수가 끝난 빈 들에서
남아 있는 이삭을 줍 듯이
순결과 의로움과
사랑의 이삭이라도 주워
그것으로 빈 가슴을 채우고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참을 수 있다면
어떤 일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먼 앞날의 일까지
알 수 있을까요
편지를 길게 쓴 다음
깜박 잊은 것이 있어
덧붙이는 추신처럼..
기다림과 인내와
지혜의 작은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 마음에 평안이 있다면
얼마나
잔잔해질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감사가 있다면
얼마나 깊이
감사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기쁨이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뻐할 수 있을까요
하루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
잠시 펼처지는
서쪽하늘의 노을처럼..
평안과 감사와 기쁨을
잠깐씩이라도
내 가슴에 펼치면서
살아가길 바랄 뿜 입니다
우리에게 희생이 있다면
무엇까지
내어놓을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용서가 있다면
어떤 사람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겸손이 있다면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을까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같이
연약한 우리들이기에
희생과 용서와 겸손의
작은 촛불이라도 켜
내 주위를 단 한 뼘이라도
밝히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 입니다
-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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