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소녀의 편지(실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도 난 평소처럼 집앞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다.
그러던중 그만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를 못보고
거기서 차와 부딪혀 중상을 입고말았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갔고
위독한 생명을 기적적으로 찾았지만
의식이 돌아오는 동시에
난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렇다. 난 시력을 잃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난 너무 절망했고
결국 아무 일도 할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7 살 밖에 안되는 소녀였다.
"아저씨.... 아저씬 왜 여기 왔어?"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까 저리가서 놀아."
"음. 아저씨...? 아저씬 왜 그렇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꼭 미이라 같다."
"야! 이 꼬마가. 정말... 너 저리 가서 안 놀래!"
그렇다. 그녀와 나는 같은 301호를 쓰고 있는 병실환자였다.
"아저씨... 근데... 아저씨 화내지 말아.
여기 아픈 사람많어...
아저씨만 아픈거 아니잖아.
그러지 말고... 나랑 친구해요...
네?... 알았죠??.. "
"꼬마야... 아저씨 혼자 있게 좀 내버려 둘래."
" 그래... 아저씨.
난 정혜야... 오.정.혜!
여긴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여.
근데..아저씬.. 나보고 귀찮다구?"
그러면서 그녀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음 날........
"아저씨... 그런데 아저씬
왜 그렇게 한숨만 푹 푹 셔."
"정혜라고 했나?
너도 하루 아침에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 해도 무섭지. 그래서 아저씬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숨을 크게 내쉬는 거란다."
"응.. 근데... 아저씨..
울 엄마가 그랬어요.
병도 이쁜 맘먹으면 낫는대요.
내가 환자라고 생각하면 환자지만
환자라고 생각 안하면 환자가 아니라고.
며칠전에 그 침대쓰던 언니가 하늘나라에 갔어.
엄마는 그 언니는 착한 아이라서
하늘에 별이 된다고 했어.
별이 되어서 어두운 밤에도
사람들을 무섭지 않게 환하게 해준대."
"음. 그래 넌 무슨 병때문에 왔는데?"
" 그건 비밀이야.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곧 나을 거라고 했어.
이제 1달 뒤면 더이상 병원 올 필요 없다고."
"그래? 다행이구나."
"아저씨... 그러니까...
1달 뒤면 나 보고 싶어도 못보니까
그렇게 한숨만 쉬고 있지 말고
나랑 놀아줘 응... ? 아저씨....."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버렸다...
그녀의 한 마디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마치 밝은 태양이 음지를 비추듯 말이다.
그후로 난 그녀와 단짝친구가 되었다.
"자! 정혜야 주사 맞을 시간이다."
"언니, 그 주사 30분만 있다가 맞으면 안돼?
잉...나 지금 안맞을래."
"그럼, 아저씨랑 결혼 못하지.
주사를 맞아야 빨리 커서 아저씨랑 결혼한단다."
"칫"
그리곤 그녀는 엉덩이를 들이대었다.
그렇다.
어느 새 그녀와 나는 병원에서 소문난 커플이 되었다.
그녀는 나의 눈이 되어 저녁마다 산책을 했고
7살 꼬마아이가 쓴다고 믿기에는 놀라운 어휘로
주위 사람, 풍경, 얘기 등 을 들려 주었다.
"아저씨, 김선생님이 어떻게 생겼는 줄 알아?"
" 글쎄......."
"코는 완전 딸기코에다, 입은 하마입,
그리고 눈은 쪽제비 같이 생겼다. 크...
정말 도둑놈 같이 생겼어..!!.
나 첨 병원 오던 날.
그 선생님 보고 집에 가겠다고 막 울었어... "
"크크크흐흐......"
"아저씨 왜 웃어......"
"아니 그 김선생 생각 하니까 그냥 웃기네...
꼭 목소리는 텔레비젼에 나오는
탤런트나 성우처럼 멋진데 말이야."
"하하~~~"
"근데 정혜는 꿈이 뭐야?"
"음.....나.. 아저씨랑 결혼하는 거......."
"에이..... 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
"응..... "
"그렇게 잘생겼어?"
"음...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디게 못생겼다...
꼭 포켓몬스터 괴물같애."
그러나 그녀와의 헤어짐은 빨리 찾아 왔다.
2주후.... 나는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
그리고..그녀는 울면서
"아저씨, 나 퇴원 할때 되면 꼭 와야돼 알겠지????
응....?.. 약속..!!!"
"그래 약속....."
우는 그녀를 볼수는 없었지만....
가녀린 다섯번째 손가락에 고리를 걸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 최호섭씨?"
"예.... 제가 최호섭입니다...."
"축하합니다... 안구 기증이 들어 왔어요."
"진.... 진짜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일주일 후 난 이식수술을 받고
3일후에는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난 너무도 감사한 나머지 병원측에 감사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아가서 기증자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 난 그만 주저 앉을 수 밖에
없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기증자는 다름 아닌 정혜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내가 퇴원하고
일주일뒤가
바로 정혜의 수술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백혈병 말기환자였다고 한다.
난 그녀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건강하다고 믿었는데
........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난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부모님이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많이 좋아했어요."
" 예..... "
"아이가 수술하는 날 많이 찾았는데."
정혜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정혜가 자기가 저 세상에 가면
꼭 눈을 아저씨 주고 싶다고.
그리고 이 편지 꼭 아저씨에게 전해 달라고"
그 또박 또박 적은 편지에는
7살짜리 글씨로 이렇게 써있었다.
'아저씨! 나 정혜야.
음 이제 저기 수술실에 들어간다.
옛날에 옆 침대 언니도 거기에서 하늘로 갔는데
정혜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 내가 만일
하늘로 가면 나 아저씨 눈 할께.
그래서 영원히 아저씨랑 같이 살께.
아저씨랑 결혼은 못하니까.
하지만 수술실 나오면
나 아저씨랑 결혼할래.
아저씨....
그럴거지..?
행복해야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