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소중한 것
어떤 도시에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 있었다.
그는 늘 나무망치를 들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일 했다.
그의 이웃에는
돈 많은 은행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은행가는 너무나 바빴다.
그는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들고,
잠시 눈을 붙인 다음에는
부리나케 침대에서 일어나 일터로 갔다.
그렇게 때문에 그는
늘 잠이 모자랐고, 피곤했다.
더구나 새벽에 잠이 들면 구두수선 공이
커다란 노랫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화가 난 은행가는
구두 수선공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아주 거만한 태도로 물었다.
"당신은 1년에 돈을 얼마나 버는가?"
구두 수선공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지요.
그래서 돈을 모으거나
계산 해 본 일도 없습니다.
그날 벌어서 그 날을 사니까요."
"그럼 하루에 얼마나 버는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죠.
하지만 버는 만큼 먹으니까
문제되진 않아요.
곤란한 건 노는 날이죠.
그런 날은 성당에 갑니다.
하지만 재미는 없어요.
배는 고픈데 사제의 설교는 길고,
늘 성인들 이야기만 하거든요."
화를 내려던 은행가는 그의 솔직하고
선량한 마음시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은행가는 구두 수선공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돈을 좀 주지.
앞으로 끼니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새벽에 노래를 부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 내가 잠을 자야 하거든."
구두 수선공은 돈을 받아들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날 저녁부터
구두 수선공은 고민에 빠졌다.
은행가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해 진 것이다.
처음엔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숨겨 두었지만
도무지 안심할 수 없었다.
그 날 이후 그의 입에서
노랫소리가 사라졌고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구두 수선공은
바짝 마른 몸으로 은행가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감추어두고 있던 돈을
은행가에게 돌려주었다.
은행가가 화들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아니, 내가 준 돈이 적은가?"
"아닙니다. 저에게는 돈보다
노래와 잠이 더 소중합니다.
돈 때문에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 라풍텐 《우화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