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채 하면 일반적으로 마늘, 파, 부추, 달래, 생강 등을 지칭한다.
이 음식들은 자극이 강한 채소로 날로 먹으면 화를 잘 내게 하고,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불가에서는 금기시한다. 하지만 그런 효능들이 수행에 열중해야 할 스님들에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갱년기’를 맞아 자신감을 잃어가는 한국의 중년 남성들에게는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오신채의 어떤 성분들이 어떤 작용을 해서 어깨 처진 남성들의 기운을 돋우고, 엉뚱한 생각을 먹게 하는지 각 채소별로 성분을 분석해 알아본다.
# 마늘
마늘의 효능은 주요 성분 중의 하나인 유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늘에는 알리신 외에 다양한 유황화합물질이 들어있다. 유황은 혈관 벽을 좁히는 주 요인이 되는 콜레스테롤과 과산화 지질을 분해시키는 탁월한 기능을 지녔다.
특히 마늘의 아르기닌 성분은 산소와 결합해 산화질소(Nitric Oxide·나이트릭 옥사이드)를 형성, 혈관을 확장시키며 혈소판이 끈적끈적하게 뭉쳐 혈전이 되는 것을 막는다.
산화질소가 부족하면 발기부전은 물론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병 등에 걸리기 쉽다. 또 뇌의 특정 부위에 산화질소가 결핍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에 걸릴 수 있다.
또 많은 임상학 연구에서 마늘에 포함된 여러 활성성분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 밝혀져 있다.
# 파
파는 칼슘, 인, 철분, 유황, 마그네슘, 비타민C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특히 파에는 황화알릴이라는 성분이 풍부한데 이 성분은 비타민 B1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을 형성,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다. 황화알릴은 파의 미끈미끈한 부위에 많으며, 누린내와 비린내를 잡아주고 진정작용을 해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또 파의 흰 대와 녹색부분에 풍성한 비타민C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노화 예방 효능을 지녔다. 물론 감기예방에도 좋다.
한 연구에서는 파 추출물이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발현을 억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특히 신경염증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부추
부추는 부부간의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주는 채소라고 해 ‘정구지(情久持)’라고도 불린다.
부추에는 특히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A로 변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데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가 몸에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활동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부추에도 역시 매운맛 성분인 황화알릴이 풍부해 ‘천연정력제’로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몇몇 실험에서 부추의 항암효과가 새롭게 입증돼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추 첨가 음식이 수컷 생쥐의 폐암 및 전립선 암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간암세포 및 폐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여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달래
달래는 한문으로 산산(山蒜)이라 하는데, 산에서 나는 마늘이란 뜻이다. 그만큼 마늘과 영양 및 효능이 비슷하다.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인 달래에는 비타민 A와 B1, B2, C가 다량 들어있다. 특히 달래에 풍부한 칼륨은 몸속의 나트륨과 결합하여 밖으로 배출되므로 염분 과다섭취로 인한 성인병을 예방한다.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 식단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인 것이다. 특히 칼슘이 많아 빈혈과 동맥경화에 좋다.
# 생강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생강이 정력제로 등장한다. 실제로 생강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ginger’에는 정력, 원기라는 뜻이 포함돼 있고, 동사로 쓰이면 ‘원기를 북돋다’를 의미하게 된다.
생강의 성분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알싸한 매운맛을 내는 진저롤(gingerol)과 쇼가올(shogaol). 생강을 가열하면 진저롤이 쇼가올로 변하는데 진저롤은 혈행 촉진 작용과 강한 살균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력과 관련해서는 생강이 지닌 강력한 항응혈작용에 대한 연구가 보고된 적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생강은 혈소판의 응집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인 물질 트롬복세인이 혈액세포로 합성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항응혈물질은 진기베롤이라고 추정되는데 이것은 강력한 항혈전화합물인 아스피린과 매우 흡사한 화학구조를 지녔다고 한다.
<도움말 = 김순미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