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곡백과(五穀百果)와 숙맥((菽麥) ◑
하늘은 드높고 눈이 시리도록 맑아요
이름하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지요
들판에는 오곡백과가 알알이 익어가고
서늘한 가을바람과 따스한 햇볕을 받은 온갖 곡식은 풍요를 자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풍년이 든 농촌 들녘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흐뭇하고 뿌듯하기만 하지요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수확의 계절이지요
잘 여물어 가는 들판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배가 부르고 마음은 넉넉해 지나봐요
그래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황금들판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롭다 했지요
여기서 오곡백과(五穀百果)라 함은
한마디로 다섯가지의 곡식과 백가지의 과일을 뜻함이지요
다시말해 오곡(五穀)은 쌀, 보리, 콩, 조, 기장을 이르는 말이고
백과(百果)는 백가지의 과일을 뜻하기도 하지만 ‘온갖’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오곡이 딱 부러지게 다섯가지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요
옛날 인도에서는 보리. 밀. 쌀. 콩. 깨를 오곡이라 하였으며
또 중국에서는 참깨. 보리. 피. 콩, 수수 또는 참깨.보리.피.콩. 쌀을 오곡이라 했어요
그러니까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달라지고
또 주요 식량이 무엇이냐에 따라 오곡의 종류가 변했음을 알수 있어요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오곡(五穀)은 쌀, 보리, 콩, 조, 기장 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그래서 오곡백과(五穀百果)란 다섯가지의 곡식과 온갖 과일을 뜻함이지요
옛날 중국의 진나라에 주자(周子)라는 왕이 있었어요
주자는 원래 서열상 왕이 될수 없었는데 그의 형이 아둔한 관계로
신하들의 추대를 받아 왕이 되었지요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얘기고 '주자의 형'이 왕이 되지 못한 이면에는
또 다른 얘기가 있었지요
당시 진나라에는 왕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권력다툼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이 와중에서 일단의 신하들은 진나라 왕 여공을 시해하고
양공의 증손자인 주자를 왕위에 앉혔지요
그러나 주자에게는 몇살 위의 형이 있었음에도 서열을 무시하고
불과 14살 어린아이를 왕으로 앉힌 것이지요
나중에 사람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쿠데타 세력들은
"주자에게는 형이 있는데 지혜가 없어 콩과 보리를 구분하지 못했으므로
왕으로 세울수 없었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춘추좌씨전』에 보면"불능변숙맥(不能辨菽麥)"이란 말이 나오지요
이 말이 변해 "숙맥불변(菽麥不辨)"이란 말이 생겨났고
이것이 다시 "숙맥(菽麥)"으로 줄여 부르게 되었지요
어느날 주자는 형을 앉혀놓고 방바닥에 콩과 보리를 주르르 쏟았어요
주자와 달리 주자의 형은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모자랐어요
“형님! 잘 보십시오 이렇게 크고 둥들둥글하게 생긴게 콩이란 말입니다”
주자는 콩을 들고 자세히 설명했어요
형은 질질 흐르는 콧물을 훌쩍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요
“아니.... 그건 보리 아닌가?”
주자는 답답했지만 형에게 화를 낼수는 없었어요
주자가 이번에는 보리를 들고 찬찬히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어요
“형님! 이게 보리입니다 보세요~ 콩보다 작고 생긴것도 콩은 동글동글한데 보리는 납작하지요?“
주자는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콩과 보리를 설명했고
콩과 보리를 번갈아 가며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던 형은
그제야 구별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음~ 이제 알았어. 둥글고 큰 것이 콩이고 약간 납작하고 작은 것이 보리지?”
“예, 형님 맞습니다”
주자는 가르친 보람이 있자 마음이 흐뭇했지요
다음 날 주자가 형에게 부탁했어요
“형님! 창고에 가서 콩 좀 꺼내다 주실래요?”
형은 얼른 창고로 들어가 주자가 얘기한걸 자루채 가져왔지요
그런데 자루를 들여다본 주자는 할 말을 잊고 말았어요
“형님...! 이건 ...... ”
“아니 ~ 뭐가 잘못된 건가?”
“어제 그렇게 가르쳐 드렸는데도.... 형님, 이건 보리잖아요, 보리!”
형은 무안을 당하자 얼굴이 빨개졌어요
숙맥불변(菽麥不變) !!
이는 콩(菽)과 보리(麥)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콩과 보리를 한자말로 하면
콩숙(菽)자와 보리맥(麥)자를 써서 '숙맥(菽麥)'이라 하지요
즉 주자의 형처럼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숙맥(菽麥)이라 하게 된것이지요
그래서 숙맥의 원뜻은 숙맥불변(菽麥不變)에서 나온 말이라 하지요
어리석고 못난 사람 사리 분별을 못하는 바보를 가리키는 말로
우리 속담에 "낫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와 같은 뜻이지요
더 큰 의미로 보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데
어찌보면 지나치게 순수하거나 숫기가 없는 사람이나
순정남, 순정녀의 의미도 될수 있어요
그러나 요즘처럼 지나치게 똑똑하여 사람을 속이는것 보다는
거짖없이 사는 숙맥(菽麥)같은 순수한 사람이 더 나을수도 있지요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명절 기분이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고 이겨내며 극복해야 하지요
아직도 긴 장마와 수해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덧 들녁에는 황금물결이 출렁이고 있어요
머잖아 오색단풍의 장관이 우리 곁을 찾아 올 꺼에요
멋진 이 가을
금년에는 코로나 전염병도 이길 겸 꼭 단풍놀이 한번 떠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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