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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 앞에서

리마즈로 2020. 1. 21. 11:00


가는 세월 앞에서 오늘 산길을 걷는데 벌써 봄이 오는 듯 산비탈에서 파란 새싹이 꼬물꼬물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겨울이구나 싶었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겨울은 어느새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바쁘고, 새로이 찾아 올 봄은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벌써 어느 담벼락 아래서는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피었다고 합니다. 아직 가을꽃도 지지 않은 곳이 많은데 벌써 봄꽃이라니요. 사람이 ‘세월 참 빠르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그것은 이미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하루 종일 양지쪽에 앉아서 동네 친구들과 놀던 내 어릴 적 하루는 그렇게도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긴긴 하루였는데, 어른의 하루는 너무나 순식간이고 눈 깜짝할 새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였는지도 모르게 총알같이 지나가고 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시간 앞에서 겸손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시간 앞에서 고개 빳빳이 들고 건방 떨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자주 합니다. 아무리 기고만장한 사람도, 그리고 아무리 직위가 높은 사람도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역대 대통령들 한 번 봐보세요. 생사도 모르는 이건희 회장 한 번 봐보세요. 살아서 세상을 호령하던 사람도 세월의 막다른 길에 서면 누구나 이렇게 초라해지는 법입니다. 그런데 이 유한함을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람이 말년에 추해지는 법입니다. 지금 가진 권력이 새털 같이 알량하다는 것을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말년이 괴로운 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고 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좋은 점도 있긴 합니다. 아무리 어이 없는 경우를 당해도 화가 나거나 쉽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좋다고 해서 희희낙락하지 않고 안 좋다고 침울해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웃지요. 결국 이것도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좀처럼 화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화를 담당하는 뇌 부분에 굳은 살이 박여서 어지간해서는 화가 나지 않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종종 “너는 화가 안 나냐?”는 말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렇지만 화를 내든 안 내든 모두가 지나가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 죽는 일이 아니면 모두 괜찮습니다. 그까짓 것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비록 안 좋아 보여도 나중에 보면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때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세상 살면서 화를 내면 결국 내가 상대에게 지는 것이니 길게 보고, 크게 보고, 넓게 보고, 내 마음을 잘 다스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만큼은 화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그런 아침이기를 소망합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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