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와 고추푸대
어느 은퇴한 노교수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돗자리와 책을 들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햇볕이 너무 좋아
옛 선조들의 '거풍' 의식이 떠올라
아랫도리 옷을 내린 다음
햇볕과 바람을 쐬인 후
누워 책을 보다가
그만 잠이 들었다.
그때 아랫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이불을 널려고 올라와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어머, 뭐하시는 거에요"
외마디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일어난 교수는
민망하여 상황 수습을 못하고
점잖게 말했다.
"시방 고추 말리는 중이오."
교수님의 어이가 없는 대꾸에
아주머니는 '호~호~호' 하며 웃더니
치마를 걷어 올리고서
속옷을 내리고는
교수의 옆에 눕는 것이 아닌가?
교수님이 화들짝 놀라면서
"아니, 남녀가 유별한데
이게 뭐하는 짓이요?"
아주머니가 얼굴을 붉히며
"네, 교수님!
저도 고추 푸대를 좀
말릴려고요."
한참 후 아주머니가
교수님의 옆구리를
툭 치며 하는 말
.
.
.
.
"교수님!
고추 다 말리셨으면
푸대에 담으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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