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숲 속에서 살던 사향노루는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거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험준한 산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
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그 향기의 정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몰랐던 사향노루.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이 자리,
나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더 먼 곳,
더 새로운 곳,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행복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들이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슬픈 생을 마감하는
사향노루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