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군과 찻잔어느 나라에
용맹한 장군이 있었다.
계속되는 격렬한 전투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오랜만에 자신의 숙소에서
쉴 수 있었다.
마침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난 장군은
귀히 여겨 보관하고 있던
찻잔을 꺼내어 차를 따랐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그만 손에서 찻잔이 미끄러져
놓칠 뻔한 것이다.
다른 손으로
다급히 찻잔을 잡아
깨지는 사고는 모면했지만,
장군의 가슴은 순간 철렁했다.
아끼던 찻잔을
한순간에 깨뜨리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간 장군은
조금 전 자신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
아끼는 부하들이 눈앞에
쓰러져 갔을 때도,
적군에 포위되어
자신과 병사들의 목숨이
풍전등화 같던 때에도,
그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병사의 목숨보다
작은 찻잔 하나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수많은 병사의
목숨을 책임져야 할 장군의
태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장군은
깊은 반성과 함께
그리도 소중히 여기던 찻잔을
그 자리에서 깨뜨려 버렸다.
지금 내가
아끼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 때문에 더 소중한 것에
소홀하진 않았는지...,
가끔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그동안 잊고 지낸 것들까지
다시 생각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