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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산지석(他山之石)

리마즈로 2019. 4. 20. 16:07


타산지석(他山之石) 그리스에서 국토 어디를 가나 고대 찬란했던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자원이다. 선박왕 오나시스를 비롯해서 그리스 인들은 바다를 누비며 부를 쌓았다. 그래서 모두들 잘 사는 줄 알았다.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도 망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 금융 위기가 왔다. 남의 나라에서 빌린 돈 배 째라! 못 갚겠다, 하며 모라토리엄을 선포하고 돈이 되는, 항만 운영권 선조들의 유물까지 팔아치웠다. 아테네대학 교수에게, “위대한 희랍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습니까?” 하는 질문에 그 교수가 단 한 마디로 요약 하였다. 정치인들 때문입니다. 그들은 ‘무상복지로 국민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포퓰리즘으로 국고를 탕진하였습니다. 복지정책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구나! 로마의 멸망 로마제국의 몰락 원인은 '빵과 서커스'에 있었다. 로마는 번영을 구가했지만 로마 시민들의 행위는 책임과 의무를 잊어버리고 '도덕적 유민(遊民)'으로 변질되었다. 그들은 정치인들에게 몰려가 '빵'을 요구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짜로 빵을 나누어주었다. 무료로 빵을 보장받자 시간이 남아도는 시민들이 무료해졌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그들에게 서커스를 제공했다. 콜로세움(원형경기장)에선 격투기가 1년에 93회나 열리고 구경거리는 날로 늘어나 무려 년간 175일간 서커스가 벌어졌다. 대중이 권리만 주장하고 정치가 대중의 비위를 맞추려 할 때 그 사회는 몰락의 길로 간다. 로마는 활력을 잃고 복지국가를 표방하면서 태만한 '레저사회'로 변질되어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이것은 현제에도 진행형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김윤덕 문화부장 sion@chosun.com] 할매는 말이 미화원이지 청소부 그것도 변소 청소부다. 나이 칠십에 쓸고 닦고 힘들지만 "내 사전에 '대충'이란 없지요" 일할 수 있어 축복이라는 여인 "구름 한 점 없는 인생 어디 있나, 어찌 만날 꽃향기만 맡나요?" 별명이 '햇살 할매'다. 한 손엔 빗자루, 한 손엔 걸레를 들고 도자기 인형처럼 오뚝오뚝 걸어 다니는 여인을 젊은 직원들은 줄여 '햇할'로 불렀다. '해탈'로도 들리는 애칭은 그에게 썩 잘 어울렸다.

대충하는 일은 없다. 관세음보살의 미소가 언제고 만면에 흘렀다. 근엄한 표정의 임원들에게도 "안녕하세요?", 햇병아리 수습사원들에게도 먼저 "안녕하세요?" 여인의 손길이 닿은 계단과 화장실은 반짝반짝 윤이 났다. 바닥에 물 한 방울, 휴지 한 장 떨어져 있는 법 없었다. "시원할 때 얼른 드슈." 밀린 업무로 점심을 걸렀다는 말에 그가 간식으로 챙겨둔 두유를 내밀었다. 10년 전 박아 넣은 인공관절로 책상다리를 할 수 없는 여인이 휴게실 장판 마루에 두 다리를 뻗었다. 우렁각시 새벽 세 시면 일어나야쥬. 네 시에 첫차를 타야 다섯 시쯤 도착해 청소를 시작헝께. 등허리에 땀 흥건하도록 두세 시간 바짝 쓸고 닦아야 직원들 출근하기 전에 끝내지유. 우렁각시가 따로 없다니께, 호호! 농땡이가 다 뭐여. 내 사전에 '대충'이란 없슈. 게으름 피워봤자 다음 날 고스란히 내 몫잉께. 닦을 건 닦고, 털 건 털고, 밀 건 미는 게 청소의 정석이지. 책이랑 신문 더미 옮기고 버릴 땐 허리랑 무릎이 아우성치지만 어쩌겄슈. 대충은 안 되는걸. 나이는 왜 물어유? 49년생 소띠, 만으로 칠십인디 그리 안 보이쥬? 남들은 미화원을 어찌 보는지 몰러두, 이게 나름 전문직이유. 고생은 무신 고생. 새벽에 버스 타면 죄다 배낭 메고 운동화 신고 일 나가는 내 또래 여자들. 자식한테 손 안 벌리고, 운동도 되구유. 누가 그럽디다. 노동이 운동이다, 호호! 고생은 무슨 고생 엄마 배 속부터 가난을 이고 나온 소띠라 일은 원 없이 했쥬. 술 좋아하던 낭군님 서른여섯에 저세상으로 떠나니 황망하대유. 자식들 굶길 수 없응께 닥치는 대로 시작한 일이 지금꺼정이유. 당장 잠잘 데 없어 금호동서 옷장사 하는 남동생 집에 얹혀살며 온갖 식당을 전전했지유. 고생? 추억이지 추억, 호호호! 누구는 화장실 청소가 젤로 고달프지 않으냐고 묻는디, 먹고 싸고 숨 쉬는 게 도(道) 닦는 거라 안 합디여. 사람이 어떻게 꽃향기만 맡고 살간디?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지유. 대학까지 나온 최고의 지성인들이 남기고 간 뒷자리가 아름답지 않을 때, 호호! 할매를 국회로 보냅시다. 우리나라, 걱정되지유. 일자무식이라 정치는 몰러두, 우리 문통은 잘할 줄 알았슈. 눈매가 선하잖어유? 근디 요새 보니 독불장군이대. 처음처럼 소통도 안 허구유. 귀 꼭 막고 말 안 듣는기 꼭 우리 서방님 같어유. 약주(藥酒) 아니고 독주(毒酒)라고 그리 애원해도, '이번 딱 한 번만' 하며 꼬드기는 건달들 좇아 허구한 날 술방을 드나들더니 한방에 갔슈. 나 같은 서민들 잘살게 해준다더니 집 몇 채씩 갖고 노는 사람들이랑 더 친한 거 보고 마음 접었쥬. 이런 말 하면 잽혀갈랑가? 한 청년이 대통령 앞에서 우는데 딱해서 같이 울었슈. 그래도 코만 빠뜨리고 살 수 있나유. 몸만 성하면 못 할 일 뭐 있다고. 일에 귀천을 두지 않고 죽기 살기로 노력하면 기회가 벼락처럼 찾아오는 법. 공짜 돈 퍼주지 말고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쓴다고, 눈 가리고 아웅은 죄악이라고, 그래야 우리 애들 살릴 수 있다고 신문에다 크~게 써주슈. 벚꽃 놀이유? 일하는 버릇 뼛속까지 맺혀 그런가, 난 새벽 버스 타고 출근하는 기 젤로 좋아유. 녹슨 고철로 스러질 나이에 돈 벌 수 있으니 축복. 구내식당 밥이 좀 맛있나유? 남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젊은이들은 모를 거유. 할매의 인생철학 해외여행은 무슨. 친구들이 몇 만원씩 모아 제주에 가본 적 있는디 테레비로 보는 것만 못 합디다. 칠순 잔치유? 자식들이 여행 가라고 용돈 주길래 금반지, 금목걸이 맞췄지유. 여행 가면 수십만원이 눈 깜짝할 시 달아나지만 금덩이는 나중 자식들헌티 물려줄 수 있응께. 다시 태어난다면? 글씨유. 장관은 무신 눔의 장관. 그저 우리 애들 엄마로 태어나고 싶어유. 목욕시킨 물도 아까워 못 버릴 만큼 귀했던 자식들을 대학 못 보내고 기술만 가르친 게 사무쳐서 다음 생엔 부자로 태어나 뻑적지근하게 뒷바라지 해줄 거라구유. 우리 아들들도 여기 회사원들처럼 에어컨, 스팀 빵빵하게 나오는 데서 새하얀 와이셔츠 입고 폼 나게 일하는 모습 보고 싶어유. 그럼 소원이 없겄슈. 근디, 이런 씨잘데기없는 질문들은 왜 자꾸 하능규? 이 눈부신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