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돌담이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까닭은
틈 때문입니다.
돌과 돌 사이에
드문드문 나있는 틈이
바람의 길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시멘트 담장을 무너뜨려도,
제주의 돌담을
허물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돌담"은 바람의 길을
막아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돌담을 바람도 굳이
허물고 지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돌담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담장처럼 반듯하고
격이 있어 보여도,
군데군데 빈틈이 있어
그 사이로 사람 냄새가
새어 나오는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꼭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완벽이란 이름으로
힘들게 찾은 사람냄새 나는
빈틈을 메워 버리는
바보만 있을 뿐,
바람이 돌담에 스며들듯
사람이 사람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 서영식 "툭하면, 인생은 "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