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사또
암행어사 박문수가 길을 갈 때,
한 남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헐레벌떡 달려와 말했다.
“이따 한 남자가 나를 찾으면
못 봤다고 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그리고는 숲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과연 얼마 안 가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박문수를 보고 물었다.
“지금 이쪽으로 도망친
사람이 어디로 갔느냐?
거짓말하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놀란 박문수는 그만
손가락으로 숲을 가리켰다.
그는 종일 그 일이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마을 입구에 다다랐을 때,
사또 흉내를 내며 노는
꼬마들이 보였다.
한 아이가 말했다.
“사또, 제가 기르던 새
두 마리가 뒷산으로 날아갔습니다.
그 새를 찾아 주소서.”
그러자 사또 역을 맡은
꼬마가 답했다.
“도망친 새를 숨겨준
뒷산을 꽁꽁 묶어 오너라.
그러면 새를 돌려주라고 이르겠다.”
박문수는 꼬마 사또의
지혜에 감탄했다.
얼마 뒤 놀이가 끝나자
박문수는 좀 전에 겪은 일을
꼬마 사도에게 들려주면서
“너라면 어떻게 하겠냐?"
라고 물었다.
꼬마는 명쾌하게 답했다.
“나뭇가지를 하나 꺾은 뒤
눈을 꼭 감을 겁니다.
아무리 험악한 사람일지라도
앞 못보는 이에게 도망간 이의
행방을 묻지 않을 테니까요.”
출처 : 월간 좋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