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猫脚裁判(묘각재판)

리마즈로 2017. 7. 6. 20:42


猫脚裁判(묘각재판)

목화 장사를 하기 위해 네 사람이 똑같이 투자하여
목화 값이 쌀 때에 많은 목화를 사들였다.
목화 값이 오르면 내다 팔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화를 창고에 쌓아두다 보니
쥐가 여기저기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목화가 누렇게 되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의논한 끝에 고양이를 한 마리 공동으로 사다 놓고
넷이서 다리 하나씩을 맡아 책임지고 보살피기로 했다.

그 후부터 창고에 쥐가 들어오지 않아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잘못하여 왼쪽 앞발을 다치게 되었다.
그 발을 맡은 친구는 상처에 약을 바르고 헝겊으로 감아 주니
고양이는 절름거리면서도 나머지 세 발로 곧잘 뛰어다녔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불 때는 아궁이 앞을 지나다가
그만 아픈 다리에 감긴 헝겊에 불이 붙었다.
당황한 고양이는 자기가 살고 있는 목화 창고로 뛰어 들어가
이곳저곳으로 마구 뛰어다녔다.
그러자 불이 여기저기에 옮겨 붙어
창고는 순식간에 불더미에 휩싸이고 말았다.
물론 고양이도 그 안에서 타 죽었다.

큰 손해를 보게 된 세 사람들은
고양이의 다친 다리를 맡은 친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따졌다.
 “자네의 잘못으로 큰 손해를 입었으니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가
 이대로 손해를 보고 있을 수는 없네. 그러니 배상을 해주게.”

고양이 발에 난 상처를 치료해준 친구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보게들, 창고에 불을 낸 건 내가 아니라
 우리가 공동으로 산 고양이 아닌가.
 게다가 자네들도 알다시피
 나 역시 자네들과 똑같이 손해를 보았고.
 그런데 나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니,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일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세 친구는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소리 지르며 싸워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네 사람은 마침내 고을 사또를 찾아가서 판정을 받기로 했다.
사또를 찾아간 네 친구가 저마다 자기주장을 폈다.

 “그러니까 애초에 저 친구가 맡은 고양이 다리를
 잘 보살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상처에 헝겊을 감지만 않았더라도 괜찮았을 거구요.”
 “그래서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저 친구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세 친구가 열을 올리는 동안 상처를 치료해준 친구는
아무 말도 못하고 사또의 판결을 기다렸다.
이야기를 경청한 사또가 엄숙하게 말했다.

 “듣거라! 목화 값을 물어낼 사람은 저 사람이 아니라
 너희들 세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 세 사람은 돈을 모아서
 저 사람에게 목화 값을 물어주도록 해라.”
 사또의 판결에 세 친구는 놀라서 물었다.
 “사또나리,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희들은 저 친구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들이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사또 나리께서 무언가 잘못 생각하신 것은 아니신지요?
 판결을 반대로 내린 것 같사옵니다.”

세 친구가 일시에 사또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항의하자 사또가 큰소리로 말했다.
 “어허, 버릇없는지고!
 그렇다면 지금부터 판결의 근거를 설명해 줄 테니 잘 들어라.
 고양이가 다리를 다쳤든,
 거기에 헝겊을 감아 불이 붙었던 간에 고양이가
 창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불이 나지 않았을 것이 아니냐?”
 “그야 그렇습니다만 고양이는 헝겊에 불이 붙자
 목화창고로 달려간 것이고, 그 결과 불이 났으니 목화 값은
 당연히 그 다리의 주인인 저 친구가 물어내야 합니다.”

사또는 혀를 끌끌 차더니 다시 설명했다.
  “답답하구나, 잘 생각해 보아라.
 그 고양이가 불붙은 다리를 끌고 목화창고로 달려갈 때
 어떤 다리를 이용했겠느냐?”
 “그야 물론 성한 다리로 달려갔겠지요.”
 “그래. 바로 그것이다.
 너희들 세 사람이 보살피던 성한 다리가 아니었다면
 고양이가 목화창고로 달려갈 수 있었겠느냐?
 결국 목화 창고에 불이 붙게 한 건 성한 세 다리였다는 말이다.
 그러니 너희 셋이
 저 사람에게 목화 값을 물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사또의 설명을 들은 세 친구는 아무 말도 못했다.